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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ㆍ경제 리뷰

금리가 오르는 일본, 노후가 불안해진 일본 사람들

by 장복자 (Conqueror Jang) 2023. 8. 18.

금리가 오르는 일본, 노후가 불안해진 일본 사람들!!

 

지난 글에 이어서 일본에 대해 리뷰 해본다.

오늘의 내용은 바로 금리가 있는 세상으로 바뀐 일본의 물가와 관련된 이야기다.

엔화 환율은 물론 물가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

 

최근 물가와 관련된 일본의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일본에는 미원의 원조인 아지노 모토라는 식품 회사가 있다.

일본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하는 거대 기업인데 다양한 식료품에서 일본 시장에서 1위는 물론이고, 시가총액이 무려 2조 8,000억 엔으로 한국 증시 시총 13위인 카카오 보다 큰 회사다.

 

 

일본인의 식탁을 지배하는 이 아지노 모토가 유일하게 선점하지 못한 시장이 마요네즈다.

마요네즈 시장에서 만큼은 1919년 창업한 도쿄 기업 큐피에 밀려서 만년 2위였다. 
큐피 마요네즈 시장 점유율이 60에서 70%를 유지하는 반면 아지노 모토의 점유율은 10% 대를 벗어나지 못했었다고 한다.

 

큐피 마요네즈

 

그런데 이러한 마요네즈 시장에 이변이 발생하기 시작한게 지난 4월 이었다.

큐피의 점유율이 64%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지노 모토의 점유율은 소폭 상승한 것이다.

 

마요네즈 시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해 국제 원자재가 급등으로 일본의 기업 물가는 4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불어나는 원가를 감당하려면 가격을 올려야 했는데, 일본 기업들은 비용을 가격에 전가 하지 못했다.

 

만성 디플레이션 상태인 일본에서 자칫 가격을 올렸다가는 소비자가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었다.

이때 마요네즈 시장에서 총대를 맨게 큐피였다.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 만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 일부 이탈하더라도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한 거다.


큐피는 두 차례에 걸쳐 주력 상품인 450g 마요네즈 가격을 190엔 대에서 227엔으로 인상을 실시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가격을 고작 30엔 올렸을 뿐인데도 소비자들은 무섭게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외면한 원인은 바로 숫자의 앞자리가 '2'로 바뀐 것이었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지난 30년 동안 마요네즈는 100엔 대의 상품이었던 것이다. 200엔이 넘는 마요네즈랑 일본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지노 모토의 마요네즈는 용량이 400g이다. 큐피보다 50g 작지만 가격은 190엔, 그램 당 가격의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슈퍼 진열대에 선 소비자들은 200으로 시작하는 큐피 대신 100으로 시작하는 아지노 모토의 마요네즈를 선택한 것이다.


단돈 30엔에 시장 점유율이 10%씩 움직이는 일본 시장, 일본 소비자가 가격이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모든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이왕이면 저렴한 가격의 물건에 손이 가니까

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은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가격에 특히 민감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30년 동안 오르지 않는 소득, 오랜 디플레이션, 일본 슈퍼마켓의 과도한 경쟁 구도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보통의 일본인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서 얼마를 쓰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일본인들이 왜 가격에 민감한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는 일본 GDP의 50% 이상을차지하는 일본 경제의 핵심이다. 일본이 장기 디플레와 30년 경기침체에서 탈출 할 수 있는 핵심도 소비가 쥐고 있을 것이다.

 

일본인의 가계부를 분석해 소비에 대한 일본인의 의식 구조를 살펴보자.

부모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일본인 가구의 평균적인 소득과 지출은 어떻게 될까?
남편은 풀타임 정규직 직원이고 아내는 파트타임이라는 일본의 일반적인 근로 형태를 기준으로 하였고,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으로 계산을 해보자.

일본 4인 가구는 평균적으로 43만 엔의 소득이 있고, 38만 엔을 지출한다.

지출을 뺀 여윳돈 즉,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매월 5만 엔 정도 밖에 안되는데, 여기에서 긴급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지출이 생긴다면 아마도 1년 동안 실제로 저축 할 수 있는 금액은 더 적어질 것이다.

 

 

공익제단 생명보험 문화센터가 작년 10월 발표한 생활 보장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은퇴한 부부가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노후 자금은 월 232,000엔,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서는 월 379,000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평균 수명까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5,568만 엔,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서는 9,096만 엔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현재 일본인 부부는 매월 평균 191,000엔의 연금 만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년 동안 받는 연금 총액은 4,584만 엔인데, 연금을 제외하면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서라도 연금 이외에 984만 엔이라는 돈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매월 5만 엔 씩 저축을 해도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세상에서 정년까지만 열심히 일하면 은퇴 후에는 연금만으로도 떵떵거리면서 살지는 못해도 하고 싶은 취미 활동을 하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일본인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월급이 안 오르지만 물가도 오르지 않으니까 쉽게 노후 설계가 가능했었는데, 지난해부터 물가가 갑자기 치솟으면서 일본인들의 노후 설계는 뼈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힘들게 모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노후에 필요한 돈은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 은행이 디플레이션의 탈출구가 보인다고 기대하는 것과 달리 일본 국민들은 매우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기대대로 매년 물가가 2%씩 오른다고 할 때, 10년 후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생활비는 월 283,000엔(기존 232,000엔),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월 462,00엔(기존 379,000엔)으로 올라간다.

20년 동안 필요한 금액은 6,792만 엔과 1억 1,088만 엔으로 현재보다 엄청나게 증가한다.

 

매년 100만 엔 씩의 저축으로는 노후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전에 매년 100만 엔 씩 저축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물가 상승률 3.6%과 소득 증가율 2.2% 만 봐도, 저축 할 수 있는 여유는 점점 더 줄어들 예정이라 볼 수 있다.

 

지진과 쓰나미 호우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큰 병에 걸리는 등 예정이 없던 지출이 생기기라도 하면 20년 30년 후의 생활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보면 일본인들이 슈퍼마켓에서 10엔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게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일본 사람들이 쪼잔한 행동이 아니라 합리적인 경제 행위라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은 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주요 기업 364곳의 임금 인상률이 3.6%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하는데 과연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 보다 계속 높게 나올 수 있을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중국은 부동산 문제로 경제가 휘청이고 있고, 일본도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최근에 경제 관련해서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건 요즘 세상 살이가 정말 만만치 않구나.. 라는 것 뿐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순살 아파트 사태가 맞물리면서 뭔가 문제가 하나 터질 것 같은 상황인데 정말 걱정이다.